수익이 나면 왜 더 어려워지는가

한 줄: 손실은 본전이 붙들고, 수익은 ‘더 갈 것’이라는 기대가 붙든다. 둘 다 지금의 기업을 가린다.

본전과 더 큰 수익을 향한 두 갈래의 끈이 투자자의 판단을 붙드는 장면

반대처럼 보여도 둘 다 지금의 기업과 가격을 보지 못하게 한다.

수익도 사람을 흔든다

손실만 사람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수익도 사람을 흔든다.

처음에는 조금만 벌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계속 오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역시 내가 맞았다. 처음에는 기업이 좋아서 샀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산 기업이기 때문에 더 좋아 보인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하우스머니 효과라고 부른다. 1990년 리처드 세일러와 에릭 존슨은 사람들이 방금 딴 돈은 남의 돈처럼 여겨 더 과감하게 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카지노에서 딴 칩을 쉽게 다시 거는 것과 같다. 수익이 쌓이면 위험이 덜 무섭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수익은 판단에 자신감을 준다. 좋은 기업의 긴 흐름을 작은 흔들림 때문에 놓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확신은 필요하다. 문제는 확신이 검증을 멈추게 할 때다.

좋은 뉴스는 크게 보이고 나쁜 뉴스는 일시적인 문제로 보인다. 경쟁자의 성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업의 실수에는 이유를 붙인다. 이때 탐욕은 ‘더 벌고 싶다’는 얼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는 얼굴로도 나타난다.

반대 방향의 버릇도 있다. 1985년 허시 셰프린과 메이어 스탯먼은 사람들이 오른 주식은 너무 일찍 팔고 떨어진 주식은 너무 오래 붙드는 경향을 처분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1998년 테런스 오딘은 개인 투자자 1만 개 계좌의 매매 기록에서 이 경향을 확인했다. 수익 앞에서 사람은 너무 빨리 팔거나, 너무 믿고 버티거나, 둘 중 한쪽으로 기울기 쉽다.

수익이 나면 비중도 저절로 커진다

수익이 커지면 아무것도 더 사지 않았는데도 한 종목이 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처음에는 감당할 만했던 흔들림이 어느 순간 계좌 전체를 움직인다. 그런데 수익이 완충재처럼 느껴지면 그 변화를 놓치기 쉽다. ‘내 원금은 이미 건졌다’거나 ‘이익으로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계좌에 있는 돈은 모두 현재의 자본이다.

숫자로 보면 분명하다. 1억 원 계좌에서 한 종목에 2,000만 원, 20%를 담았다고 하자. 그 종목이 두 배가 되고 나머지는 그대로라면 계좌는 1억 2천만 원이 되고 그 종목은 4,000만 원, 약 33%가 된다. 산 것은 하나도 없는데 비중은 20%에서 33%로 올랐다. 그 종목이 30% 빠지면 예전에는 계좌가 6% 줄었지만 이제는 10%가 준다.

그래서 수익이 난 종목은 매수가보다 세 가지를 다시 적는다.

기업에서 새로 좋아진 사실은 무엇인가.
현재 가격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들어가 있는가.
지금 비중이 흔들려도 계좌의 규칙을 지킬 수 있는가.

기업은 좋아졌지만 가격이 더 빨리 달렸을 수 있다. 기업과 가격이 함께 좋아졌어도 비중이 너무 커졌을 수 있다. 세 가지를 나누면 ‘계속 오를까’라는 한 질문이 기업, 기대, 계좌의 문제로 갈라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지금의 비중이다. 몇 퍼센트 벌었는지는 과거의 기록이고, 계좌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가 앞으로의 위험이다.

손실에서는 본전이 나를 붙든다. 수익에서는 ‘더 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를 붙든다.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둘 다 지금의 기업과 가격을 보지 못하게 한다.

수익이 아니라 보유 이유를 다시 읽는다

수익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비중을 더 싣는 것은 규칙이 아니다. 기업의 돈 버는 힘이 더 좋아졌고, 가격이 그 변화를 지나치게 앞서지 않았을 때만 자리를 다시 본다. 가격만 앞섰거나 비중이 감당 범위를 벗어났다면 보유 이유와 계좌의 균형을 점검할 때이지, 과신으로 비중을 키울 때가 아니다.

처방은 수익을 무조건 빨리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수익이 커질수록 기업의 변화, 가격의 기대, 계좌의 비중을 따로 보는 것이다. 세 가지가 함께 감당된다면 둔다. 기업의 개선보다 가격이 너무 빨리 앞섰거나 비중이 계좌의 규칙을 바꿀 만큼 커졌다면 일부를 줄여 처음의 위험 범위로 되돌릴 수 있다.

이를 미리 숫자로 정해 두는 방법이 리밸런싱이다. 예를 들어 한 종목의 목표 비중을 20%로 두고, 25%를 넘으면 넘친 만큼을 덜어 20%로 되돌린다고 정한다. 정해진 날짜에 점검하는 방법도 있고, 정한 폭을 벗어날 때만 손대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오를 때의 판단을 그때의 기분에 맡기지 않기 위한 장치다.

2부에서 매도를 자본의 재배분으로 보았다. 여기서는 그 설명을 반복하지 않는다. 수익 뒤에 내가 해야 할 일은 꼭대기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커진 비중이 내 판단을 대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FAQ

  • Q. 오르면 팔아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기업의 변화, 가격에 들어간 기대, 계좌에서 커진 비중을 나누어 봅니다.
  • Q. 수익이 확신을 망치나요?
    A. 확신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확신이 검증을 멈추게 할 때 문제가 됩니다.
  • Q. 수익 난 종목의 비중이 커진 것은 그대로 두면 안 되나요?
    A. 그대로 둘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비중이 흔들려도 원래의 규칙을 지킬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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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면책: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공부와 경험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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