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주도주와 나의 주도주는 같은가
겹치지 않으면 좋은 종목도 시장에 남겨 둔다.
나는 추세추종과 모멘텀 투자를 좋아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주식에 마음이 간다. 그런데 또 다른 나는 시대정신과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종목을 고집한다. 짧은 흐름을 타려는 나와 긴 미래를 믿는 나. 두 생각을 합친 투자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문제는 시장의 주도주와 내가 믿는 주도주가 달라질 때였다. 시장은 다른 곳으로 가는데 나는 한 종목을 붙들고 있었다. 긴 조정의 시간을 견디는 일이 투자 철학인지, 고집인지조차 구별하기 어려웠다.
시장의 주도주가 곧 나의 주도주일까?
시장 주도주와 함께했던 때
2024년에는 한국 시장의 여러 산업에서 대표 종목을 골라 매매 후보군을 만들었다. HD현대일렉트릭, 알테오젠,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었다. 전력기기, 바이오, 조선, 방산, 원전이라는 서로 다른 산업이었지만 시장의 관심과 성장 기대가 모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 방식은 처음부터 많은 돈을 넣는 것이 아니었다. 20% 내외 조정을 받으면 소액으로 진입하고, 상승 흐름이 확인되면 비중을 늘리고 5일선을 이탈하거나 평상시보다 많이 빠지면 분할하여 매도했다. 여러 종목이 함께 움직일 때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종목에 더 관심을 두었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는 내가 고른 후보와 시장이 선택한 종목이 상당 부분 겹쳤다. 내가 생각한 좋은 기업과 시장이 값을 높여 주는 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본 셈이다.
주도주를 가지고도 수익을 놓쳤다
닷컴버블 시절에도 시장의 중심에 있는 종목들을 보았다. 그런데 나는 짧게 사고팔면 수익이 불어날 것으로 보았다. 시장의 주도주를 알고 있다는 것과 그 상승을 내 수익으로 가져오는 것은 달랐다. 이후에도 시장 중심주의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하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큰 흐름을 보면서도 작은 등락에 마음을 빼앗겼다. 주도주를 매매했지만 내가 감당 못 할 매매 방식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시장의 주도주를 벗어났다
나는 반도체를 경기민감 산업으로 본다. 실적이 최고로 좋아질 때가 오히려 주가의 어깨나 머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 잣대를 엔비디아의 GPU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반면 테슬라에는 더 큰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디바이스의 애플과 같이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피지컬 AI의 선두주자이고 앞으로 그럴 것이란 믿음과 고집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수익이 내일까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의 중간에 있으면 한다. 미래의 승자와 오늘의 주도주는 다를 수 있다.
좋은 종목도 내가 감당하지 못하면 내 종목이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나온다.
시장의 주도주를 찾아냈다고 하자.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투자 대상일까.
그렇지는 않다.
같은 주식이라도 누군가는 큰 조정을 견디고, 누군가는 작은 하락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업을 이해하는 정도도 다르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과 생활자금의 사정도 다르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장기 상승만 믿고 보유하기 어렵다.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라면 변동성이 큰 과정에서 누적 성과가 예상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나 역시 좋은 기업을 믿으면서도 지나친 비중과 레버리지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를 경험했다.
기업을 잘못 본 것인지, 투자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반대로 사업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마음 편히 보유했던 종목도 있었다. 대기업 계열의 IT 부품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을 때다. 기업의 사업과 거래 관계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작은 뉴스마다 흔들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나는 종목과 투자자의 '궁합'이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인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인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가.
좋은 기업을 찾는 질문에 이 세 가지를 더해야 했다.
시장의 선택과 나의 형편을 함께 본다
나는 오랫동안 좋은 주식이란 미래의 산업을 이끌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좋은 기업을 고르는 일과 좋은 투자를 하는 일은 같지 않다. 이도 무상하고 시간비용이 든다. 유연하게 그럼에도 늘 조금은 보유하고 기다린다.
농사도 그렇다. 좋은 품종을 안다고 수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땅과 날씨를 살피고,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을 맞춰야 한다. 책에서 배운 지식도 실제 밭에서 확인해야 내 것이 된다.
주식도 지식이 경험을 만나야 비로소 내 판단이 되는 것 같다.
시장의 주도주는 시장이 선택한다. 나의 주도주는 그 가운데 내가 이해하고 감당하며 동행할 수 있는 종목이어야 한다.
고집으로 선택한 종목과 현실을 살펴 선택한 종목은 다르다.
아직도 미래의 큰 승자를 찾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업이 언제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그 흐름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묻고 싶다.
좋은 주식을 찾는 것만큼, 그 주식과 함께할 수 있는 나를 아는 일도 중요하다.
FAQ
- Q. 시장의 주도주라면 무조건 따라 사야 할까?
A. 아니다. 주도주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사면 손실을 볼 수 있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전망, 가격, 자신의 위험 감수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 Q. 미래가 유망한 기업을 오래 보유하는 것은 잘못일까?
A. 그렇지 않다. 다만 미래의 가능성과 현재 확인된 성과를 구별해야 한다. 사업 환경이 달라지면 처음의 판단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 Q. 투자자와 종목의 궁합은 무엇인가?
A. 사업을 이해하는 정도, 투자 기간, 감당할 수 있는 손실과 변동성 등을 뜻한다. 같은 종목이라도 투자자마다 적합성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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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면책: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공부와 경험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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