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장을 옛 성현에게 물어본다면
| 답을 찾기 전에, 나는 제대로 질문하고 있는가. |
주식의 답을 찾다가, 질문하는 법을 다시 생각하다
주식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물었다.
왜 오르는가. 왜 떨어지는가. 지금 사야 하는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가.
기업 실적을 보고 차트를 보고 수급을 보고, 금리와 환율도 들여다봤다.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면 또 공부했다.
그런데 오래 했다고 질문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다른 질문 하나가 자꾸 따라붙는다.
나는 지금 시장을 공부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시장을 공부하고 있는가.
주식을 오래 공부하면 시장이 더 잘 보일까
처음에는 많이 알면 투자도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을 더 공부하고 경제를 더 공부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공부는 필요하다.
문제는 지식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내가 객관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자료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미 주식을 사고 나면 그 기업을 좋게 설명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주가가 오르면 내 판단이 옳았던 것 같고, 떨어지면 시장이 아직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장과 나를 구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둘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옛 성현들에게 오늘 주식시장을 물어본다면 뭐라고 할까.
철학자에게 주가를 묻는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묻는다면 기업 이름이나 오늘 주가보다 먼저 그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물어보지 않을까.
헤겔에게 묻는다면 지금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그 안에서 무엇이 충돌하고 무엇이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하지 않을까.
장자에게 묻는다면 시장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나부터 한번 돌아보라고 하지 않을까.
물론 이분들이 주식투자를 가르쳤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그저 오래된 사람들의 생각을 잠시 빌려 내 질문을 다시 해보는 것이다.
철학에서 주가의 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쉽게 답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려는 것이다.
지식은 때로 고집의 근거가 된다
주식을 오래 하다 보니 아는 것은 늘었다.
그런데 지식은 나를 객관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이미 내린 결론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주식을 먼저 사고 이유를 나중에 찾을 수도 있다. 기업을 분석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내 판단이 옳다는 자료만 모을 수도 있다.
그러면 공부를 많이 할수록 고집도 더 정교해진다.
이것이 참 난감하다.
몰라서 틀리는 것도 문제인데, 알기 때문에 내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철학자의 이름을 빌리는 것도 정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잠시 내 생각 밖으로 나가보기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자리에서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 보는 것이다.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는 같은 것일까
좋은 기업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자.
기업의 기술도 좋고 미래도 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오늘의 가격까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기업의 미래까지 동시에 나빠진 것도 아니다.
기업과 가격과 나의 판단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식을 사고 나면 이 셋을 하나로 만들기 쉽다.
좋은 기업 → 좋은 주식 → 지금 사야 할 주식.
생각이 이렇게 단숨에 뛰어버린다.
그 사이에 빠진 질문이 얼마나 많은가.
가격은 적절한가. 시장의 기대는 얼마나 반영되었는가. 내가 모르는 위험은 무엇인가. 지금이 아니어도 되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보다 중간 질문을 생략하지 않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시장보다 먼저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가 전망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하나 갖게 되었다.
나는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 생각이 맞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가.
시장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기업이라고 반드시 오늘 좋은 주식인 것도 아니다.
내가 오래 공부했다고 시장이 내 생각을 따라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답을 찾기 전에 질문부터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시장에 묻는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에만 묻지 않는다.
시장보다 먼저, 시장을 보고 있는 나를 의심해 보는 것.
그것이 내가 옛사람들에게 주식을 물으며 얻은 첫 번째 답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철학을 공부하면 주식투자를 잘할 수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이 주가를 예측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무엇을 사실이라고 보고 있는지, 내 판단에 모순은 없는지, 욕심 때문에 시장을 다르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를 질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에서 지식이 많으면 오히려 나쁜가요?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지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나다.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지식을 사용하는지, 이미 내린 결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투자 판단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촌로에게는 “나는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가, 내가 보고 싶은 시장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만으로 투자 판단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잘못된 출발을 알아차리는 데는 도움이 된다.
※ 이 글은 촌로의 투자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개인적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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