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주식만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 시장도 기업도 변한다. 그렇다면 내 생각은? |
시장은 변하는데, 내 생각은 왜 굳어지는가
주식을 사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사기 전에는 이것저것 의심한다.
실적은 괜찮은가. 가격은 비싸지 않은가. 경쟁자는 없는가.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가.
그런데 사고 나면 조금 달라진다.
좋은 이유가 더 잘 보인다. 나쁜 뉴스에는 반론이 먼저 떠오른다. 주가가 떨어지면 기업이 변했는지를 보기 전에 “시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든다.
나도 그랬다.
나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 생각에 투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식을 사는 순간 내 생각도 함께 산다
기업은 계속 변한다.
산업도 변하고 경쟁자도 변한다. 금리도 바뀌고 돈의 흐름도 달라진다. 소비자의 선택도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도 나타난다.
그런데 내가 한번 내린 판단만 그대로 남아 있을 때가 있다.
특히 돈이 들어간 뒤에는 더 어렵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기업의 지분을 사는 일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내가 내린 판단에도 돈을 거는 일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기업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단순히 분석 하나를 수정하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틀렸다’는 느낌이 따라온다.
그때부터 기업을 지키는 것인지 내 생각을 지키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내 매수가격은 기업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산 가격도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그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고, 다시 그 가격까지 올라와야 무언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은 내가 얼마에 샀는지 모른다.
기업도 모른다.
내 계좌의 손익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의 미래가치를 결정하는 조건은 아니다.
알면서도 어렵다.
주가가 매수가격 근처에 오면 마음이 달라진다. 본전만 오면 팔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내가 산 가격이 미래의 매도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그 가격은 시장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과거일 뿐이다.
기업보다 내 판단을 보유할 때
사람은 자기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특히 돈까지 들어가면 더 그렇다.
처음에는 기업에 대한 판단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내 판단에 대한 방어가 된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언제 본전이 올까”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이 기업을 샀던 이유가 지금도 살아 있는가.
매출과 이익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는가. 산업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는가. 경쟁자의 위치는 달라지지 않았는가. 내가 기대했던 미래가 실제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더 불편한 질문도 있다.
처음부터 내가 잘못 본 것은 없는가.
이 질문이 어렵다.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손실보다 먼저 내 판단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기업보다 자기 생각을 더 오래 보유한다.
시장은 변하는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
좋았던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고 나빴던 조건이 좋아질 수도 있다.
어제의 주도주가 오늘도 주도주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이 산업의 질서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산 주식만은 처음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랐다.
돌이켜보면 참 이상하다.
시장이 무상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변하는 시장에서 변하지 않으려 했던 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매일 생각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가가 조금 떨어졌다고 투자 논리를 버리고 조금 올랐다고 다시 확신하는 것도 변화가 아니라 흔들림일 것이다.
필요한 것은 생각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계속 검증하는 일이라고 본다.
처음 보는 종목이라면 지금도 살 것인가
그래서 요즘에는 주식을 볼 때 세 가지를 다시 묻는다.
내가 샀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그 이유 가운데 무엇이 변했는가.
지금 처음 이 종목을 본다고 해도 나는 같은 판단을 할 것인가.
마지막 질문은 꽤 불편하다.
내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지우고 기업을 다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처음 보았다면 사지 않을 종목인데 단지 손실 중이라는 이유로 가지고 있다면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반대로 기업의 본질적인 조건은 변하지 않았는데 주가 하락만 보고 겁을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답을 미리 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시 보아야 한다.
감정이 없어지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30년 넘게 주식을 했지만 나도 여전히 산 뒤에는 좋아 보이고, 팔고 나면 나빠 보일 때가 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단히 없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마음이 판단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려 한다.
감정자유는 아직이다.
어쩌면 평생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정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같이 가되 운전대를 넘겨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은 계속 변한다.
기업도 변한다.
나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 방향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변한 사실만큼 내 생각도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또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시장을 보고 있는가.
자주 묻는 질문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판단을 다시 해야 하나요?
주가 하락 자체가 기존 판단이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다. 다만 처음 매수할 때의 가정과 기업·산업의 조건이 지금도 유효한지 다시 확인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본전까지 기다리는 것은 잘못인가요?
본전이라는 가격만으로 보유 여부를 결정하면 현재 기업의 상황보다 자신의 과거 매수가격에 판단이 묶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수가격 자체보다 지금의 기업과 앞으로의 조건을 다시 보는 것이다.
장기투자와 고집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처음의 투자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계속 검증하면서 보유하는 것과, 투자 이유가 사라졌는데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 보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다음 글 안내
다음 7편에서는 아는 것이 어떻게 확신과 고집으로 굳는지, 틀린 생각을 고치는 것도 왜 투자에 포함되는지 이어서 살펴봅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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