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으니 더 살 것인가

한 줄: 추가매수와 물타기는 겉으로 같다. 차이는 처음 산 이유가 아직 살아 있는가에 있다.

갈림길 앞에서 기업·가격·마음을 따로 살피며 추가매수와 물타기를 구분하는 장면

변한 것은 기업인가, 가격인가, 내 마음인가.

3부는 다섯 편으로, 물타기·손절매처럼 계좌 앞에서 지킬 규칙을 한 편에 하나씩 다룹니다. 이 글은 그 첫 편입니다.

보유와 추가매수는 다른 결정이다

산 주식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반갑다. 좋은 기업을 더 싸게 살 수 있으니 기회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떨어지면 한 번 더 산다. 또 떨어지면 이상해진다. 기업을 더 좋아해서 사는 것인지, 손실률을 낮추고 싶어서 사는 것인지, 나도 헷갈린다.

월가에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를 때 손을 내밀면 바닥이 아니라 칼날을 잡기 쉽다는 뜻이다. 싸 보인다는 느낌만으로는 바닥을 알 수 없다.

추가매수와 물타기는 겉으로 같다. 둘 다 떨어진 주식을 더 산다. 차이는 행동이 아니라 이유에 있다.

처음의 논리가 살아 있고 기업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격만 낮아졌다면 추가를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의 현실이 나빠지고 있는데 평균매수가를 낮추려고 계속 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겉모습이 같은 두 행동을 가르는 또 하나의 표시는 계획이다. 분할매수는 사기 전에 몇 번에 나눠 얼마씩 살지 정해 두고 그대로 따른다. 물타기는 계획 없이 떨어질 때마다 손이 먼저 나간다. 앞의 것은 처음 판단을 나눠서 실행하는 일이고, 뒤의 것은 손실을 견디지 못해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유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더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2부에서는 보유와 미련을 이유의 생사로 갈랐다. 여기서는 한 걸음 더 간다. 그대로 보유하는 일과 새 돈을 더 넣는 일은 서로 다른 결정이다.

추가매수는 과거 매수의 연장이 아니다. 오늘 가진 현금을 오늘의 기업과 오늘의 가격에 다시 배분하는 새 매수다. 그러므로 처음에 옳았다는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도 같은 이유가 확인되는지, 더 산 뒤의 총비중을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이미 들어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써 버린 비용에 끌려 다음 결정을 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부른다. 1985년 심리학자 할 아크스와 캐서린 블루머는 사람들이 이미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더 나은 선택을 버리는 모습을 실험으로 보여 주었다. 산 가격은 과거의 숫자일 뿐이고, 오늘의 결정은 오늘의 사실로 한다.

기업·가격·마음을 따로 본다

그때 묻는 것은 세 가지다.

변한 것은 기업인가. 가격인가. 내 마음인가.

내 생각에는 좋은 기업인데 시장은 가격을 낮춘다. 모순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시장이 틀렸다고 화낼 일도, 시장이 언제나 옳다고 항복할 일도 아니다. 내가 놓친 사실이 있는지, 기업의 돈 버는 힘이 약해졌는지, 시장의 기대만 낮아진 것인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본다.

답이 흐리면 결론을 미룬다. 더 사지 않고 지켜보는 것, 현금을 그대로 두는 것도 선택이다. 싼 가격은 이유를 확인한 뒤에야 기회가 된다.

기다리는 동안 볼 것은 가격이 아니라 사실이다. 실적 발표, 사업의 변화, 경쟁자의 움직임처럼 처음 산 이유를 확인하거나 흔드는 소식이다. 가격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더 사기 전에 네 줄을 적는다

여기부터는 에세이가 아니다. 규칙이다.

추가할수록 비중은 커진다. 그래서 주문보다 먼저 네 줄을 적는다.

간단한 셈을 해 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1만 원에 100주를 샀는데 7천 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수량을 더 사면 평균매수가는 8,500원으로 내려간다. 숫자만 보면 손실률이 줄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종목에 들어간 돈은 100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늘었다. 평균이 낮아진 만큼 한 종목에 걸린 몫은 커졌다. 다음에 또 떨어지면 계좌가 받는 충격도 그만큼 크다.

무엇이 확인되어 더 사는가.
이번에는 얼마만큼 더 사는가.
추가 뒤의 총비중은 어디까지인가.
무엇이 깨지면 더 사지 않고 줄이거나 나오는가.

네 줄 가운데 하나라도 흐리면 평균매수가부터 계산하지 않는다. 평균매수가가 내려갔다는 사실이 산 이유를 대신하지 못한다. 이유가 깨졌다면 더 싸진 가격은 기회가 아니다.

얻음과 잃음은 한 쌍이다. 잃음을 인정하지 못하면 다음 자리가 사라진다. 좋은 기회를 다시 만나는 것도 계좌가 살아 있을 때의 일이다.

처방은 평균매수가를 계산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처음 산 이유와 오늘 새로 확인된 사실, 추가 뒤의 총비중을 함께 적는 데서 시작한다. 이유가 살아 있고 비중에도 여유가 있으면 추가를 검토한다. 이유가 흐리면 기다린다. 이유가 깨졌으면 줄이거나 나온다.

FAQ

  • Q. 물타기는 무조건 나쁜가요?
    A. 아닙니다. 나쁜 것은 산 이유가 깨졌는데 손실률을 낮추기 위해 평균만 낮추는 일입니다.
  • Q. 더 싸졌으면 더 사도 되나요?
    A. 기업의 이유가 살아 있고, 미리 정한 비중 안에서 감당할 수 있을 때만 검토합니다.
  • Q. 손절은 몇 퍼센트가 맞나요?
    A. 하나의 정률이 모든 종목의 정답은 아닙니다. 가격보다 먼저, 산 이유와 전제가 깨졌는지를 봅니다.

다음 글 안내: 다음 편에서는 손실이 아니라 수익이 판단을 흐리는 순간을 살펴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공부와 경험을 정리한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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