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은 무엇으로 오래 살아남는가

좋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와 경제적 해자를 표현한 이미지

▲ 경쟁우위는 한 번 만든 성벽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계속 다시 만들어야 하는 힘이다.

▶ 짧은 영상 — 경제적 해자는 멈춘 성벽이 아니라 진화하는 엔진

경쟁우위는 한 번 쌓은 성벽이 아니라 계속 다시 만들어야 하는 힘이다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돈

앞 글에서는 기업의 미래가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는 곳을 CAPEX와 R&D에서 살펴보았다. 기업은 공장을 짓고 장비를 사고 연구개발에 돈을 쓰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가 더 생긴다. 그렇게 준비한 기업이 모두 오래 살아남는가. 그렇지는 않다. 같은 기술을 개발해도 누군가는 시장을 만들고 누군가는 뒤처진다.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해서 그 돈이 곧 경쟁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가 제품과 서비스가 되고, 고객의 선택을 받고, 다시 이익과 현금으로 돌아와 다음 투자를 가능하게 할 때 비로소 하나의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기업의 미래를 볼 때 투자 규모 다음에 한 가지를 더 보려고 한다. 이 기업이 만든 우위를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가.

해자는 성벽이 아니라 과정이다

투자에서 흔히 ‘경제적 해자’라는 말을 쓴다. 성 주위에 물을 둘러 적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처럼 기업도 경쟁자가 쉽게 침범하지 못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이 그 힘이 될 수도 있고 브랜드, 규모, 원가 경쟁력, 유통망, 네트워크 효과, 고객의 높은 전환비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해자를 완성된 성벽처럼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본다. 기술은 따라잡히고, 브랜드는 낡을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움직임이 둔해질 수도 있다. 강했던 유통망도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면 힘을 잃는다. 오늘의 해자가 내일도 같은 깊이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이미 가진 해자의 높이만이 아니다. 환경이 달라질 때 그 우위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좋은 기업은 자기 강점을 다시 투자한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을 보면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다시 기술과 제품, 생산성, 유통, 인재와 새로운 시장에 넣는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경쟁력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셈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선순환이 생긴다. 경쟁력이 고객을 만들고, 고객이 매출과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이 다시 경쟁력에 투자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과거의 성공에 기대어 변화가 늦어지고, 현금은 벌지만 다음 성장의 씨앗을 만들지 못할 수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좋은 기업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해자가 조금씩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높은 이익률이나 시장점유율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숫자를 만들어 낸 원인이 아직 살아 있는지, 그리고 회사가 그 힘을 다음 시대로 옮기고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경쟁우위는 고객에게서 확인된다

기업이 아무리 자기 기술이 뛰어나다고 말해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경쟁우위가 되기 어렵다. 결국 해자는 경쟁자의 설명보다 고객의 행동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객이 계속 돌아오는가. 가격이 조금 높아져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가.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데 비용이나 불편이 큰가. 사용자가 늘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함께 커지는가. 경쟁사가 가격을 낮춰도 쉽게 고객을 빼앗지 못하는가. 이런 현상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이 기업을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 이유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기업이 그 이유를 계속 새롭게 만들어 낸다면 경쟁우위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자산이 된다.

결국 봐야 할 것은 재생하는 힘이다

나는 좋은 기업을 찾을 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만 묻기보다 ‘그것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술이 좋은가보다 다음 기술에도 투자할 수 있는가. 지금 브랜드가 강한가보다 고객의 신뢰를 계속 얻고 있는가. 지금 시장점유율이 높은가보다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그 자리를 지킬 이유가 있는가. 지금 돈을 잘 버는가보다 그 돈을 다음 경쟁력으로 바꾸고 있는가. 기업의 해자는 결국 정지된 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에 가깝다. 좋은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경쟁이 없어서가 아니다. 경쟁 속에서 자신의 우위를 계속 고치고 다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생긴다. 기업이 정말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투자자는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숫자로 돌아가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미 지나간 결과인 실적에서 어떻게 기업의 미래 방향을 읽을 것인지 살펴보려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제적 해자가 있으면 그 기업은 계속 좋은 기업인가?

A.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술과 산업, 고객의 선택이 변하면 기존 경쟁우위도 약해질 수 있다. 현재의 우위뿐 아니라 그것을 다시 만들고 강화하는 능력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Q. 경쟁우위는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나?

A. 기술력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고객 유지, 가격 결정력, 원가 구조, 네트워크 효과, 전환비용, 현금창출력과 재투자 방향 등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낫다.

Q.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해자가 강한 것인가?

A. 높은 시장점유율은 결과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원인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 점유율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며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기업과 시장을 바라보는 촌로의 생각과 공부 과정을 정리한 글이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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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촌로의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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